2012년에 피에르 가니에르의 서울 레스토랑을 처음 갔었다. 

처음 서울에 피에르 가니에르 레스토랑이 생겼을 때 어느 인테리어 잡지에서 관련 글을 읽고 처음 이 곳을 알게되었는데, 실제로 가게 된 것은 그로부터 몇 년후였다.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이 오픈한 직후 즈음 메종(Maison)이라는 인테리어 잡지에서 이에 관한 기사를 보고 난뒤 3년 정도는 아예 잊고 살았다. 

그러다가 한참 유행이던 '효소 식이요법'을 하느라 10일 정도를 효소 식품 외에는 아무것도 안먹고  굶은 적이 있다. 

물론 아예 아무것도 안 먹은게 아니라 효소 관련 식품을 먹었기에 영양분이 크게 부족하거나 하진 않았지만, 맨날 가루같은것만 먹다보니 무언가를 맛보고 씹고 싶은 열망이 너무 강했다. 한마디로 미칠것 같았다.

살면서 먹은 음식들이 가장 최근 것부터 가장 어릴적까지 거슬러 올라가면서 떠올랐다. 음식을 씹는 느낌이 얼마나 행복한건지 왜 그전엔 몰랐을까!

이러한 극도의 허기짐과 스트레스를 달래기 위해 나는 극도로 맛있는 게 무엇일까를 고민했고, 그러다가 갑자기 몇 년전에 잡지에서 본 '피에르 가니에르'라는 이름이 떠올랐다.

소설같은 얘기지만 사실이다. 그렇게 검색하다보니 도대체 무슨 맛인지 상상조차 안되는 식재료들의 조합과 너무도 아름다운 플레이팅에 마음을 뺏겨버렸고.. 효소 단식이 끝나면 반드시 가리라 다짐했다.

하지만 그 후에도 갈 시간도 없고, 가격도 부담되고 하다보니 가는걸 망설이게 되었고.. 갈 까 말까 고민하는 사이 피에르 가니에르에 가서 식사하는 꿈을 8번 정도 꾼 것 같다.

그러다가 지르는 마음으로 런치에 방문했다. 야호!

이렇게 큰 돈을 한 끼 식사에 써본게 처음이었기 때문에 망설여졌던것 같은데, 결과적으로는 진작 갈걸 그랬다.

당시에 나는 프랑스 요리 자체를 별로 안 먹어본 상태였기 때문에, 단순히 맛있음을 넘어서 예술적이고 시적이면서 독특한 피에르 가니에르의 요리 스타일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 충격과 흥분 상태가 너무도 커서 뇌가 얼얼한 느낌이었고, 이런 상태가 대략 일주일 정도 지속되었다.

한마디로 흥분 상태가 좀 가라앉는데 일주일이나 걸렸던 말씀.


위 사진은 Welcome Dish로 나온 것들인데 하나하나 맛있다. 

개인적으로 피에르 가니에르의 웰컴디쉬는 샴페인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식전빵은 사진을 제대로 안 찍었는데, 빵을 먹고 있다보니 아뮤즈 부쉬로 총 3가지 요리가 준비되었다.

이렇게 한번에 여러개의 요리를 같이 내주니까 보기에도 아름답고 좋은 것 같다.

(가운데) -> (왼쪽) -> (오른쪽) 의 순서로 먹었던 것 같다.


왼쪽 : 비네거를 곁들인 적양배추 큐브젤리, 산딸기와 비트 마멀레이드

가운데 : 허브를 곁들인 송아지 카이옛, 샐러드와 홍피망 꽁피

오른쪽 : 양파 수프 브륄레, 파마산 치즈, 제주 흑돼지 ; 흑마늘 아이스크림


허브를 곁들인 송아지 카이옛, 샐러드와 홍피망 꽁피

Petite caillette de veau aux herbes, bouquet de salade et poivron rouge confit 

개인적으로 쫄깃쫄깃한 특이한 식감을 느꼈는데 맛있고 인상적이었고, 홍피망 꽁피도 좋았다. 



비네거를 곁들인 적양배추 큐브젤리, 산딸기와 비트 마멀레이드

그리고 또 '양파 수프 브륄레, 파마산 치즈, 제주 흑돼지 ; 흑마늘 아이스크림'이 있었는데 개별적인 사진을 못 찍은것 같다.




그 다음 메인요리로 세가지가 준비되었다. 

가오리 뮈니에르, 청피망

가오리는 이날 처음 먹어본 것 같은데, 밑에 깔려있는 청피망과 같이 먹으니 궁합이 좋았다.

맛의 조화가 느껴졌는데, 재료들을 각각 따로 먹을때와는 확실히 다르다.

바지락

바지락이라는 재료를 이렇게 색다르게 먹어본건 처음이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감자 비네그렛과 아삭한 야채

이 날 먹은 가장 인상적이고 맛있는 요리였다. 맛으로 느껴지는 황홀경이란게 바로 이런거구나 싶을 정도로 맛있었다.

'무아지경'이라는 표현이 전혀 과장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디저트는 '배 프랑지판 케이크, 카시스 쿨리'였다.


커피나 여러가지 차 중에 고를 수 잇었는데 나는 레몬 버베나 티를 골랐다. 향이 굉장히 좋았다.

차와 같이 먹는 쁘띠 푸.

by Abricot 2014. 12. 25. 13:57